에스트로겐 1단계 해독을 거친 중간 대사물은 독성이 있어 신속하게 해독 2단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독 2단계를 좌우하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바로 메틸화와 단일염기다형성(SNP)이다. 자궁근종뿐만 아니라 각종 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 발생에 깊숙이 관여한다.

2단계 해독, 메틸화 성능의 개인차
해독 대사는 화학반응이다. 1단계 해독이 CYP에 의한 히드록실화(-OH) 였다면, 2단계 해독에서는 메틸화(-CH3)와 글루타치온 포합을 비롯해서 아미노산 포합, 황화, 글루쿠론산화, 아세틸화, 이렇게 6가지 반응이 관여한다. 종류는 다르지만 모두 적절한 수용성 작용기를 붙여 소변이나 대변으로 쉽게 배출될 수 있게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에스트로겐 해독 1단계에서 생성된 2-OH나 4-OH는 메틸화 methylation 를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되고, 세미퀴논이나 퀴논은 글루타치온에 포합되어 배출된다.

메틸화는 메틸기(-CH3)를 붙이는 대사인데, 에스트로겐 메틸화에는 COMT 효소가 관여한다. 메틸화가 완료되면 더 이상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지 않는다.
메틸화는 여러 질병과 연관된 꼭 기억해야 할 핵심적인 대사 중 하나다. 해독 대사뿐만 아니라 DNA 조절, 항산화, 염증, 신경전달 등 다양한 대사에 관여하고 있어서 메틸화 기능이 저하되면 심혈관질환, 치매, 암 등 다양한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메틸화와 관련해서 알아야 할 단일염기다형성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이로 인해 개인마다 메틸화 성능에 차이가 생긴다. 갑자기 뜬금없지만 DNA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단일염기다형성 SNP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사람 DNA는 약 30억 개 염기 base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99.7%는 완전 동일하다. 단지 0.3%만 다를 뿐이다. (염기 : A 아데닌, G 구아닌, C 사이토신, T 티민, 이렇게 4가지)
이 0.3%의 작은 차이가 다양하게 조합되면 외모, 체질, 질병 감수성 등 사람마다 다 다른 특성을 갖게 되고 전 세계 78억 인구 중 똑같은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특수한 질병을 일으킬 정도의 큰 유전자 변이는 아니지만, DNA 중 염기 하나가 다른 변이는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를 단일염기다형성 SNP, Single-Nucleotide Polymorphism 이라 한다. 에스트로겐을 해독할 때 메틸화를 담당하는 COMT 효소에도 다형성이 있다. 사람마다 유전자가 약간씩 달라서 효소 기능에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아래 그림은 COMT Catechol-O-methyl transferase 유전자의 다형성을 보여준다. 원래 구아닌(G)이 정상 형태다. 이것이 아데닌(A)으로 바뀌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유전자가 G일 때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발린 Val이지만, A로 변이된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은 메티오닌 Met으로 달라진다.

단백질이 다르면 효소의 구조가 달라지고 기능에 차이가 생긴다. 사람 염색체는 2쌍이라 3가지 조합이 생긴다. GG 형태의 COMT 효소 활성이 100%라면, GA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50%, AA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에스트로겐 해독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
내가 가진 유전자 SNP에 따라서 질환의 위험도가 달라진다.
3단계 해독, 에스트로겐 배출
1, 2단계를 거쳐 배출이 용이한 형태로 변환된 에스트로겐은 대변이나 소변으로 배출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2단계 해독이 느려져 불안정한 중간체가 늘어나면 위험하듯, 해독된 물질의 배출이 느려져도 병목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배출을 해독 3단계라고도 부른다. 어느 한 단계라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
변비가 있어 노폐물이 장에 오래 머무르거나, 에스트로겐 대사를 조절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생겨 에스트로겐 배출에 장애가 생기면 기껏 공들여 배출한 호르몬이 내 몸에 다시 재흡수된다.

에스트로겐 E1, E2는 메틸화뿐 아니라 글루쿠론산화 되어 배출되기도 하는데, 글루쿠론기를 다시 떼어내면 재흡수 가능한 형태가 된다. 장 내에는 이를 담당하는 에스트로볼롬 estrobolome 으로 불리는 특정 세균 군집이 있다. 베타 글루쿠로니다제 β-glucuronidase 효소를 분비해서 에스트로겐 흡수와 배출을 조절한다.
나빠진 장 환경으로 베타 글루쿠로니다제 분비가 증가하고 에스트로겐 재흡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 에스트로겐 우세증을 가속화할 수 있다.
자궁근종의 원인이 되는 에스트로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았으니 이제 치료 전략을 어떻게 짜면 좋을 지 이야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