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의 시작은 병원이다. 자궁근종 관련 증상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산부인과에 가자. 병은 키울수록 공사가 커진다. 큰 병일까 두려워 진료를 차일피일 미루지 말자. 알고 보니 별 거 아닌 경우도 많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자궁근종은 대개 초음파로 진단한다. 질초음파나 복부초음파로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MRI 등의 추가적인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당연히 하나가 아니다. 목표 지점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담당 의사가 최신 지견과 임상 경험에 따른 최선의 선택지를 알려줄 것이다. 기회가 되면 다른 의사의 의견을 추가로 들어보는 것도 좋다.

무증상 또는 불편한 증상

대부분의 근종은 병원 치료가 필요없다.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다면 병원에서 해 줄 것이 없다. 더 커지지 않는지, 갯수가 늘어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초음파를 보면서 경과 관찰을 할 뿐이다. 경과 관찰을 하다가 드디어 증상이 생기면 그제야 땜빵을 시작한다.

댐에 금이가 졸졸 물이 새고 있다. 구멍이 점점 커져 댐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이 터지면 그때서야 보수공사를 하면 되는 걸까? 내 몸이 신호를 주었는데 병이 커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 사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근종을 줄이고 더 생겨나지 않도록 하려면 나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불편한 증상이 시작되고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근종의 크기를 줄이고 증상을 완화하는 병원 치료가 시작된다. 병원 치료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근종 성장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조절 약물 치료와 근종의 크기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시술이나 수술. 거기에 더해 통증이나 출혈 등을 조절하는 증상 완화 치료를 병행한다.

호르몬 조절 치료

에스트로겐은 자궁근종 성장을 자극하는 주요 요인이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다양한 기전의 경구용 약물들이 나와있다.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자궁내장치 ^{IUD intrauterine device} 를 이용하기도 한다.

생식샘자극호르몬 수용체를 억제해 여성호르몬 분비를 줄이는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작용제 ^{GnRH agonist}, 자궁근종 세포를 자가사멸시키고 신생혈관형성을 억제하는 선택적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조절제 ^{SPRM selective progesterone receptor modulators} , 에스트로겐을 생성하는 효소인 아로마타제를 억제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 ^{aromatase inhibitor} 등의 경구 약물을 사용해 볼 수 있다.

피임약은 출혈, 통증 같은 증상 완화 목적이 더 크다. 자궁 내 거치해서 서서히 약물을 방출하는 미레나 같은 자궁내 장치형 피임기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물을 중단하거나 자궁내장치를 제거하면 원인을 교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종의 크기가 다시 커지고 증상이 유발된다. 따라서 출혈, 통증 감소 등 증상 조절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수술전 근종 크기 감소나 빈혈 교정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한다.

자궁근종 제거술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는 임시방편이다. 증상이 심하다면 근종을 제거하거나 크기를 줄이는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수술로 제거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종양세포를 괴사시키는 시술이 있다.

피부의 작은 구멍으로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하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로 근종을 절제할 수 있다. 자궁 안쪽으로 돌출된 근종은 질내시경으로도 절제 가능하다. 하지만 근종이 너무 크거나 내시경 수술로는 위험성이 크다면 불가피하게 개복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자궁전절제는 최후의 보루로만 남겨두자.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치료하는 시술에는 자궁동맥 색전술 ^{UAE uterine artery embolization} 과 고강도 집속 초음파 ^{HIFU 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 같은 것들이 있다. 자궁동맥 색전술은 근종으로 가는 혈관을 막는 방법이다.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중단되어 괴사한다. 고강도 집속 초음파나 고주파는 근종을 빠르게 가열해서 응고시키거나 태워 세포 괴사를 유도한다. 괴사된 조직은 몇 개월에 걸쳐 서서히 우리 몸에서 흡수한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영상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종양세포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거되지 않은 근종 세포는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언제든 다시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