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 후 가정용 혈당측정기로 검사를 하면 혈당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당뇨가 있는 분들은 혈당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비타민 C 정맥주사가 당뇨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혈당이 오르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한번 알아보자.
비타민 C는 강력한 항산화제다.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콜라겐 생성과 상처 치유를 돕고 세포를 산화손상으로부터 보호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비타민 C를 체내에서 합성할 수 있지만, 사람은 그런 능력이 없다. 음식이나 보충제로 부족하지 않게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은 얼마일까? 사실 사람마다 다르고 내 건강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내가 건강할 때와 아플 때의 필요량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암이나 감염, 자가면역 질환 처럼 몸의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비타민 C 요구량이 늘어나는 상태에서는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 IV, intravenous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상적으로도 비타민 C 정맥주사 치료는 이전보다 확연히 증가했다. 아직은 그 치료 효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지만, 여러 연구에서 치료 효과를 밝혀가고 있다.
비타민 C 정맥주사 치료 후 혈당 변화에 대해서는 미리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뜬금없이 갑자기 올라간 혈당에 놀라지 마시길!
비타민 C와 포도당은 닮은꼴
보통은 가정에서 혈당을 측정할 때 손가락을 채혈침 lancet 으로 찔러 검사지 strip 에 혈액을 흡수시켜 검사를 시행한다. 병원에서도 혈당 측정을 위한 간이 검사로 이런 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혈당검사를 편의상 스틱 검사 FSBG, finger stick blood glucose 라고 하자.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 후 스틱 검사를 하면 혈당이 높게 나온다. 비타민 C 와 포도당의 분자 구조가 유사하고 비타민 C가 포도당 측정에 사용되는 촉매 산화 기반 반응을 간섭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높은 혈당 측정값을 얻게 된다1.
가정용 혈당측정기는 대개 포도당산화효소 GOD, glucose oxidase 또는 포도당탈수소화효소 GDH-FAD, glucose dehydrogenase-flavin adenine dinucleotide 반응을 기반으로 한다. 검사지에서 일어난 화학 반응으로 발생하는 전류를 측정하여 혈당으로 환산하는데, 비타민 C 가 이 과정을 모두 방해하여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비타민 C 정맥주사 후 실제 혈당
15g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 C를 정맥주사하는 경우, 스틱 검사에서 위양성 false positive 을 보일 수 있다2. 하지만, 아래 표에서 보듯이 비타민 C (= 아스코르브산 AA, ascorbic acid) 50g을 투여하기 전과 후의 혈당 수치는 사실 차이가 없다.

또 다른 실험에서 비타민 C 25g 투여 직전 / 투여 30분후 / 투여 완료 직후 검사를 시행했다. 투여 완료 후 혈중 비타민 C 농도가 3.2mg/dL에서 101 mg/dL로 증가하면서 스틱 검사가 363mg/dL 으로 높게 체크되었다. 하지만 혈액 검사에서 혈청 포도당 농도는 96mg/dL로 정상이다.

투여 후 2-3시간이 지나도 스틱 검사는 정상 수치로 떨어지지 않는다. 비타민 C 투여 용량이 높아지면 정상으로 복귀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스틱 검사는 정맥주사 투여 8시간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평소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는 경우라면, 비타민 C 정맥주사 투여 후 스틱 검사에서 혈당이 높다고 해서 인슐린을 급하게 투여하거나 하면 오히려 저혈당에 빠질 위험이 있다. 스틱 검사만 보고 당뇨병성 케톤산증 DKA, diabetic ketoacidosis 고혈당으로 판단을 잘못하여 환자가 저혈당 쇼크로 사망한 환자 사례 보고도 있다3. 정확한 혈당 판단을 위해 혈액 검사에서 혈청 포도당 농도를 꼭 확인해야 한다.
연속 혈당 측정기에서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 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연속혈당측정기는 신체(주로 팔)에 부착해서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 하는 기기다. 1~5분 단위로 혈당을 측정해 5~10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별도의 기기나 핸드폰 앱으로 데이터를 보낸다. 매번 손가락을 찌르지 않아도 되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스틱 검사는 혈액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세포 간질액에서 혈당을 측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 출시된 제품으로는 메드트로닉 가디언 Medtronic Guardian, 애보트 리브르 Abbott Libre, 국산 제품으로 휴온스 덱스콤 Huons Dexcom, 아이센스 케어센스에어 i-Sens CareSens Air 등이 있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속혈당측정기도 역시 조직 내 다른 성분의 간섭으로 혈당 측정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리브르 2 를 사용한 한 연구에서 비타민 C 1g 복용 후 2~3시간 뒤 혈당을 비교하였다. 리브르가 기록한 혈당은 실제 혈청 포도당 농도보다 대략 10~20mg/dL 정도 높게 나타났다4.
비타민 C 정맥주사 후 혈당을 비교한 연구는 찾지 못했지만, 1g 경구 복용에도 이 정도의 편차가 있다면 정맥주사 후에도 고혈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혈당을 통해 역으로 비타민 C 농도 예측하기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 후 비타민 C 농도는 얼마나 될까? 혈당은 스틱 검사로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 반면, 혈중 비타민 C 농도 검사는 쉽게 할 수 없다.
혈중 비타민 C 농도는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HPLC 가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이다. 하지만 비타민 C는 불안정해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혈액 샘플 채취 직후부터 검사가 이루어지기까지 적절한 처리와 보관이 어려운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혈액 샘플은 채혈 직후 4°C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분석을 즉시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혈장을 -80°C에서 보관해야 한다. 또한 혈액 채취 또는 샘플 처리 중 용혈이 일어나면 비타민 C가 분해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HPLC 기기를 갖춘 특정 실험실로 이송하는 과정, 처리 시간, 취급 조건이 항상 이상적일 수 없으니 판독 결과가 부정확할 수 있다.
반면 비타민 C 정맥주사 투여 후 스틱 검사 FSBG 에서 혈당이 높아지는 현상을 역으로 이용하면 혈중 비타민 C 농도를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혈장 비타민 C 농도가 50mg/dL 보다 낮은 경우 혈당과의 상관 관계가 현저히 낮았지만, 50mg/dL 이상이라면 HPLC와 FSBG 검사의 오차는 13%(±8%)로 크지 않았다5. 대략적인 비타민 C 농도를 추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 비타민 C 혈중 농도가 높으면 가정용 혈당측정기에서 혈당이 높게 체크될 수 있다.
•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를 투여했다면 혈당 검사는 적어도 8시간 후 측정하자.
• 연속혈당측정기도 마찬가지 원리로 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
References
- Vasudevan S, Hirsch IB. Interference of intravenous vitamin C with blood glucose testing. Diabetes Care. 2014;37(5):e93-4. ↩︎
- Jackson JA, Hunninghake R, Krier C, et al. Special Report: False Positive Finger Stick Blood Glucose Readings After High-Dose Intravenous Vitamin C. J Orthomol Med. 2006;21(4):188-190. ↩︎
- Orija IB, Zahid SH. Pseudohyperglycemia Secondary to High-Dose Intravenous Vitamin C Managed as Diabetic Ketoacidosis: An Endocrinological Catastrophe. AACE Clin Case Rep. 2020 Nov 28;7(4):239-242. ↩︎
- Heinemann L. Interferences With CGM Systems: Practical Relevance? J Diabetes Sci Technol. 2022 Mar;16(2):271-274. ↩︎
- Ma Y, Sullivan GG, Schrick E, et al. A convenient method for measuring blood ascorbate concentrations in patients receiving high-dose intravenous ascorbate. J Am Coll Nutr. 2013;32(3):187-93. ↩︎